기후변화 소식

기후는 왜 ‘이상증세’를 보일까요?

 

난(Nahn)은 제가 아끼는 베트남 친구입니다. 작년 말 그녀는 오랜 한국 유학생활을 뒤로한 채 결혼하러 베트남으로 떠났어요. 떠나기 전 남긴 한마디가 기억납니다. “베트남으로 돌아가면 한국의 아름다운 단풍과 새하얗게 쌓인 눈이 그리울 거야.” 그런데 난이 떠나고 나서 며칠 뒤 베트남에 폭설이 내렸다는 거짓말 같은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열대기후를 가진 베트남에서 고지대를 제외한 전 지역이 눈으로 덮인 겁니다!

 

기후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수히 많은데요, 크게 지구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내부 요인은 위도, 수륙 분포, 지형, 해류 등을 뜻해요. 적도에서 멀어질수록, 다시 말해서 위도가 증가할수록 기온은 낮아지게 됩니다. 고위도로 갈수록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빛이 사선으로 내리쬐기 때문에 태양빛이 수직으로 들어오는 적도보다 일정 면적당 받는 태양복사에너지의 양이 적기 때문이지요.

 

내륙지역과 해안지역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바다와 가까운 해안이 내륙 에 비해 훨씬 습기가 많아 비가 더 많이 내립니다. 해류의 흐름 역시 기후에 영향을 준답니다. 바다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바다에 있는 모든 물의 밀도가 같은 건 아닙니다. 위도에 따라 바닷물의 온도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적도 부근에서 바다 표면 온도는 30℃ 정도인데, 고위도로 갈수록 온도가 낮아져 극지방에서는 -1℃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물의 온도가 다르니 온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 밀도도 달라지고 이 밀도의 차이에 의해 바닷물의 흐름이 생기는 것이죠.

 

이렇게 발생한 바닷물의 흐름이 바로 해류입니다. 그런데 같은 위도라도 따뜻한 해류인 난류가 흐르느냐, 차가운 해류인 한류가 흐르느냐에 따라 부근의 기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런던의 위도가 서울에 비해 15°나 높은데도 겨울이 서울보다 따뜻한 이유는 바로 영국 해역에 흐르고 있는 따뜻한 멕시코 만류 때문이에요. 이렇듯 기후는 위도, 지형, 해류의 흐름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런데 기후가 갑자기 이상증세를 보인다면 그건 무슨 의미일까요?

 

과학자들은 대부분 기후변화가 ‘인간의 영향 탓이 크다’라는 주장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의 과도한 이용으로 대기 중 온실기체 농도가 증가했으며, 이 때문에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인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것 중에서 대표적인 가설은 바로 ‘밀란코비치 이론’입니다.

 

밀란코비치 이론은 세르비아의 천체물리학자인 밀루틴 밀란코비치가 시간에 따른 지구의 기후변화를 지구 궤도 기하학의 변화로 설명한 이론이죠. 지구 궤도의 기하학은 세 가지 준주기 방법으로 변동합니다(지구과학사전, (사)한국지구과학회, 2009). 세차운동, 지구자전축 경사각의 변화, 지구와 태양 사이의 궤도 이심률의 변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세차운동이란 지구 자전축이 태양과 달의 만유인력에 의해서 26,000년의 주기로 팽이처럼 회전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세차운동은 지구를 ‘비틀거리도록’ 하여 지구가 태양과 근일점에 도달하는 계절을 변동시켜 기후에 영향을 미치도록 합니다. 한편, 지구자전축은 41,000년의 주기로 22.1°에서 24.5°를 왔다 갔다 하는데요, 이는 계절에 따라 지구로 입사되는 태양의 일사량에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지구의 연교차 등에 큰 영향을 줍니다. 마지막으로 지구공전궤도의 이심률은 100,000년의 주기로 변화하는데요, 현재는 태양과 가까운 위치(근일점)는 겨울, 태양과 먼 위치(원일점)는 여름에 해당됩니다. 50,000년 후에는 근일점이 여름이 되고 원일점이 겨울이 되어 지금보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더 춥게 되겠죠.

 

밀란코비치 주기가 지구 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태양복사에너지의 양을 결정하는 요인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밀란코비치 주기의 영향 때문에 베트남에 갑자기 눈폭탄이 내릴 수 있을까요? 지금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후’는 말 그대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닙니다. 최근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상기후의 원인이 26,000년 주기로 지구의 자전축이 돌고, 41,000년 주기로 지축의 기울기가 변화하고, 100,000년 주기로 이심률이 변화하는 것이라고 하면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까요.

 

앞서 했던 질문을 다시 드려보겠습니다. 1월 강수량으로는 24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영국, 호주의 폭염, 미국의 폭설 등 최근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후’는 대체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저는 이 질문에 정답을 얘기할 순 없지만 적어도 오답은 가려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글 – 김민정
김민정님은 과학기술연합대학원에 재학중이며 현재 빅애스크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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