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애스크 이야기

지난 9월 27일 발표된 IPCC 제5차 보고서의 내용 가운데 단연 관심을 끄는 것은 전 지구적인 탄소 예산(Global Carbon Budget)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지구 평균 기온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 이내에서 억제하려면 이산화탄소 누적배출량이 1조 톤을 넘어서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2009년 코펜하겐 제15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15)에서 국제사회가 합의한 2℃ 상승 억제목표에 상응하는 허용 가능한 탄소배출총량을 분명히 확인한 것이다. 2011년까지 누적배출량이 5450억 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배출 가능한 이산화탄소 총량은 4550억 톤만 남아있는 셈이다. IPCC 의 지구 탄소예산에서는 영구동토층 해빙에 의한 메탄방출은 포함하지 않고 있어 이를 고려하게 되면 남아있는 탄소 예산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현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배출 가능한 이산화탄소 총량은 더 줄어든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기후학자들이 개발한 실시간 탄소 배출량 계산기에 따르면, 누적 탄소배출량은 이미 5740억 톤에 달하며, 지난 20년간의 배출 추세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누적배출량 1조 톤은 2040년 11월 25일에 도달하게 된다. 이 전망은 해양과 산림이 배출량의 약 50%를 흡수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 이 모델은 또한 탄소배출량이 해마다 2.47%씩 줄어들어야 1조 톤을 넘기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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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평균온도 2℃ 상승 억제를 위한 누적배출량이 1조 톤으로 설정된 이상, 남은 것은 국가별 배출량 할당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견해차를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첫 번째로 고려될 수 있는 방안은 인구수에 의한 할당방식이다. 하지만 미국의 인구수는 중국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1850년 이후 누적 배출량은 3배에 달하며, 세계 인구의 1%를 차지하는 영국의 누적 배출량은 6%나 되는 만큼 인구수에 의한 할당방식은 선진국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공유자산연구소(Global Commons Institute; GCI)의 Aubrey Meyer가 제안한 ‘수축과 수렴(contraction and convergence)’모델은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혁신적으로 줄여야 하는데, 그 감축과정에서 형평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축소’는 위험수위에 달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을 의미하고 ‘수렴’은 지구가 견딜 수 있는 정도까지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공유하는 것을 뜻한다. 즉 미국 등 1인당 배출량이 높은 나라들은 이를 대폭 줄여나가고, 인도나 중국 등 1인당 배출량이 낮은 나라들은 급속한 배출량 증가를 억제하는 동시에 약간의 상승폭을 허용해 양자가 목표 시점에서 만나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과거의 배출량은 고려하지 않고 현재 남아있는 배출량을 인구수에 따라 할당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의 셈법은 다르다. 선진국의 누적배출량이 개발도상국가들의 7배가 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할 수 있는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중국 과학아카데미의 Ding Zhongli는 1조톤을 목표치로 설정할 경우, 미국은 1936년, 영국은 1945년, 일본은 2013년에 이미 허용 가능한 탄소를 모두 배출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같은 인식의 차이는 2020년 시작될 신기후체제 논의에서 형평성에 기초한 국가별 감축목표 설정 논의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한편, 최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제19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19)에서 발표된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lobal Carbon Project)의 보고서도 2013년 화석연료의 연소에서 비롯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60억톤이라는 기록적인 수치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수치는 2012년 대비 2.1%, 교토의정서 기준년도인 1990년 대비 61% 증가를 의미한다. 지난 10년간 온실가스 배출량 연평균 증가율은 2.7%였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미형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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