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애스크 이야기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할 말이 많아 400장이 넘는 책을 썼다. 기획 단계에서 제목은 ‘기후불황’으로 정했다. 책 제목이 신선하게 다가오려면 서로 관계가 없는 것 같은 단어를 결합하고, 아직 사용되지 않은 조합을 만들면 가장 좋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화폐 전쟁’같은 책이 이상적인 책 제목이 된다.

제목을 정하고 책을 쓰면서 종종 ‘내가 왜 기후변화에 대해서 이렇게 책까지 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힘들었다. ‘기후변화 때문에 우리 삶의 근간인 땅과 바다와 공기가 망가지니 망가지지 않게 바꿉시다’ 한마디로 끝나면 될 이야기를 왜 또 해야 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책 쓰느라 한 10개월은 주말 없이 살았고 아내도 혼자 아이 둘을 돌보느라 힘들어 했다. 아이들도 섭섭해 하고. 하지만 현대자동차-영국대사관에서 10년 동안 기후변화 관련 일을 하면서 들여다 보게 된 자료에 더해 유튜브, 해외 웹사이트 등에 올라온 각종 자료를 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고, 나는 결국 왜군이 침입한 사실을 알리는 파수꾼 같은 심정으로 온갖 자료들을 모아서 정신 없이 원고를 작성했다.

책의 구성은 1장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실질적인 피해가 나타나고 있는 사례를 주로 담았다. 과학이야기는 딱딱하거니와 2100년도에 어떻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하니 영 와 닿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2장은 왜 우리가 기후위기를 이렇게 방치하고 있는가에 대해 진화생물학적인 관점과 심리학적인 관점, 주류 경제학의 오류, GDP라는 지표의 한계 등을 다뤘다. 이 밖에 사람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책임 회피를 위해 어떤 심리적인 전략을 구사하는지, 기후변화 회의론자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이런 사람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다뤘다. 3장에서는 기후변화 대응면에서 나름대로 모범을 보이고 있는 영국과 독일의 정책과 성과를 다뤘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게 중요한 국가 목표가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국가 경제가 붕괴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4장에서는 기후 문제를 만드는 원인 제공자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의 사례를 담았다. 태양광 전기시설을 판매하고 설치해주는 가구회사 이케아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연가스 공급회사인 브리티시가스가 태양광 전기시설, 태양열 온수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 등을 담았다. 5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정부에 정책 변화를 요구하기’를 포함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과 변화하는 기후에 대비하기 위해 조심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크기변환_기후불황

내 눈으로 모든 자료를 확인하고 판단해서 오롯이 녹여 내고자 (도움을 받으면 나중에 저작권료를 나눠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던 듯 하다) 혼자 책을 쓰면서 얻은 결론은 기후변화 문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개발’과 상반되는 ‘환경’문제가 아니라 ‘생존’문제이고 더 나아가서는 ‘전쟁’과 더 가깝다는 것이다. 기후문제가 심해지면 물 폭탄, 눈 폭탄을 맞는다. 홍수, 가뭄이 심해지면 경작지가 파괴되어 먹을 것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올라가 소득이 낮은 사람은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된다. 폭염이 심해지면 외부 노동도 어렵거니와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운 날들이 늘어나게 된다. 온도가 올라가고 봄 가뭄이 심해지면 덩달아 대기오염도 심해져 눈도 따갑고 숨쉬기도 어려워진다. 한마디로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일부 돈 있는 사람만 버틸만한 팍팍한 세상이 된다. 하루 아침에 그렇게 되는 게 아니고 일시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조금씩 조금씩 나빠져 다시는 회복 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기후변화는 전쟁보다 더 나쁘다.

기후변화 문제를 직시하다 보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피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사라지지 않을 문제를 일시적으로 회피하다 보면 결국 엄청난 후환을 가져온다. 그래서 나는 기후변화 문제에 맞서면서 산다. 예를 들어 ‘집이 아파트라서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수 없다’는 스트레스는 지방에 사는 누나집 옥상에 태양광 패널 12개짜리(3kw) 발전소를 설치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어머니가 사시는 집 옥상에 상업용 태양광 발전소 (20kw)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누나 집에는 ‘우리집 전기는 우리 집에서’ 라는 모토로 설치했고, 어머니 집에 설치하는 건 20kw 용량의 설비로 ‘우리 이웃의 전기는 내 손으로’라는 모토 하에 추진 중이다(이미 설치가 끝났어야 하는데 허가가 늦게 나서 지연되고 있다!).

layout 2014-6-9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뒤 낮아진 전기요금(전년 동기 대비)  *실제 고지서입니다.

상업용 태양광 시설은 총 공사비가 6,000만원 드는데 월 예상 수익은 좀 적게 잡아서 약 80만원 정도다. 이자율로 따지면 15% 정도가 된다. 중간에 유지 보수비를 제외하면 약 12%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적금 금리의 4배 수준이고, 원룸 임대 수입의 2배 수준이다. 태양광 패널의 보증 기간은 25년인데 대강 한 50년은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환경을 위해서 굉장한 희생을 한다고 ‘칭찬’하는 사람들에게 ‘그렇다고 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벌리는데요’라고 말하면 별로 공감을 못 받는다. ‘굉장히 위험한 사업에 뛰어 들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워런 버핏도 하는데요’라고 말해도 별로 공감을 못 얻는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생각을 쉽게 바꾸지 않으며 말로는 설득이 잘 안 된다. 그래서 뭔가 만들어 내서 보여 주는게 가장 빠르다. 사업이 시작되면 수익금이 들어오는 통장을 들고 다니면서 ‘돈자랑’을 하고 다닐 계획이다.

20kw 짜리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서 줄일 수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3.5톤인데 소나타 정도의 중형차를 20,000km 운전하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딱 3.5톤 정도 된다. 출근길 버스 정류장 앞에서 수십대의 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자면 내가 노력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도 종종 든다. 하지만 남들이 차를 탄다고 해서 내가 만든 태양광 발전소가 아무 소용이 없는 건 아니다. 세월호 사건을 봐도 몇몇 선원과 선생님, 어민들의 노력으로 수십 명의 소중한 생명을 건지지 않았나. 다른걸 다 떠나서 8살짜리 딸과 2살짜리 아들을 ‘지구호’에 태운 아빠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선원’이 아니고 ‘승객’이라고 말하며 무력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다섯 살짜리 동생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입히고 아빠 엄마를 찾아 뛰어간 여섯 살 짜리 아이도 ‘승객’이었다. 어차피 불편함을 느끼고 책임감을 느낀다면 제대로 맞서자. 하려고 마음 먹고, 단기적인 수익성 따위만 잊어버린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많다. 그렇게 하고 나면 나중에 아이들에게 ‘아빠 멋있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야깃 거리가 많아질 것이다, ‘아빠는 이렇게 될 줄 몰랐지’ 라는 궁색한 변명이 아니라.

 

(글: 김지석)

*<기후불황>의 저자 김지석님은 미국 브라운 대학에서 경제학과 환경학을 공부했으며 예일 대학에서 환경경영학과 공업환경관리학 석사 과정을 밟았습니다. 현재 주한영국대사관의 선임 기후변화에너지 담당관으로 재직중이며 신문과 방송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 이슈를 알려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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