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소식

약간 늦었지만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지난 3월 31일과 4월 13일 연이어 발표했던 두 편의 제5차 보고서 내용을 간추려 소개하려 합니다. 사실 IPCC 보고서는 워낙 분량이 방대한데다 내용도 전문용어로 채워져 있어 그 의미를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환경부와 기상청 등 정부기관들이 관련 내용을 요약한 보도자료를 내고 많은 언론들도 기사를 내보냈지만, 핵심 내용과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IPCC 보고서는?

IPCC는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설립한 기구로서 약 2,500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1990년 이래 5~6년 간격으로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발간 시기는 제1차(1990년), 제2차(1995년), 제3차(2001년), 제4차(2007년), 제5차(2013-2014년)입니다.

제5차 보고서는 총 4개의 보고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말 ‘과학적 근거’를 다룬 제1실무그룹의 보고서 발표를 시작으로 올해 3월에는 ‘기후변화의 영향, 적응, 취약성’에 초점을 맞춘 제2실무그룹의 보고서가, 4월에는 ‘기후변화 완화(온실가스 배출 저감)’를 다룬 제3실무그룹의 보고서가 공개되었습니다. 오는 10월 말에는 마지막 보고서인 ‘종합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AR5 WG2 Cover

IPCC 보고서는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논의에 과학적인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수천 명에 이르는 과학자들의 동료평가(peer review)와 194개국 정부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발표된다는 점에서, 인류의 지식과 경험을 집대성한 ‘기후과학의 바이블’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 내용은 2020년 새로운 기후체제 출범을 앞두고 국제사회가 내년 말까지 마무리하기로 한 기후변화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후변화는 식량위기와 분쟁 격화시켜”

지난 3월 31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발표된 제2실무그룹의 보고서는 앞서 언급한대로 ‘기후변화의 영향, 적응, 취약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2007년 제4차 보고서에서 40여 차례 쓰였던 ‘위험(risk)’이라는 낱말은 이번 보고서에서는 무려 230회나 등장합니다. 보고서 분량도 2,600쪽으로 두 배가량 늘어났습니다. 과학․기술․사회경제 관련 문헌을 종합해 기후변화가 지구 생명체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기후변화에 따라 강수량이 변화하고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지구의 수문(水文)시스템이 변화하고 있으며, 빙하, 영구동토층, 산호초의 감소, 밀 등 곡물 생산량 저하, 생물종 서식범위와 개체수 변동 등의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다.

● 농작물의 생산량 감소, 곡물가격 급등, 폭염·가뭄·홍수·산불 등은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으며, 피해는 특히 빈곤층과 노년층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 2003년 유럽의 폭염, 2009년 호주의 산불, 2010년 파키스탄의 대홍수 등 기후변화는 ‘인도주의의 위기(humanitarian crisis)’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 기후변화는 이미 밀 등 전 지구적인 식량 공급량을 떨어뜨리고 있어 식량 생산이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감이 커지고 있으며, 열대 일부 해역에서 어획량은 40-60%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 2008년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휩쓴 소요사태가 보여주듯이 식량 생산량 감소는 곡물가격의 폭등과 그에 따른 정치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 일부 지역에서는 농작물 생산량이 증가할 수 있으나, 전 지구적으로는 기후변화가 농작물 수확량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긍정적인 영향을 압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빈곤 및 경제적인 충격과 결합될 경우 전쟁과 대규모 난민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IPCC가 기후변화와 전쟁 및 분쟁의 상관관계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직 기회는 있다”

세 번째 보고서 ‘기후변화 완화’는 4월 13일 독일 베를린에서 발표되었습니다. 235명의 저자, 900여명의 검토자, 2,000여 쪽에 이르는 분량, 10,000개에 가까운 참고문헌이 말해주듯이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보고서입니다. 이 방대한 보고서가 던지는 메시지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기후시스템에 대한 위험한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현상 유지(business-as-usual)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제4차 보고서와 달리 국가를 지역그룹으로 구분하고 개도국에도 감축목표를 부여했으며, 감축부담 분배의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감소 등 감축의 편익 및 지역별 협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을 간추려 소개합니다.

● 기후변화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한 수많은 정책들이 도입되고 있지만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사상 유례 없는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배출량은 그 이전 30년보다 빠르게 늘어났다. 부문별로는 에너지 공급부문과 산업부문이 가장 큰 배출증가의 원인으로 나타났으며, 건물 부문의 에너지 사용 증가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 문헌에 제시된 약 1,200개의 감축 시나리오와 경로를 분석한 결과, 현상 유지(business-as-usual) 시나리오의 경우 2100년 지구 평균기온은 3.7-4.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저탄소 기술에 투자하고 에너지 및 자원 소비행동을 변화시킨다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 상승하는 것을 억제한다는 국제사회의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 2℃ 상승 억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2050년까지 2010년 배출량 대비 40~70% 감축해야 하며, 금세기 말까지 배출량을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오는 2030년까지 연간 배출량이 300~500억 톤 수준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감축 부담과 경제적 비용이 급증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화석연료 소비를 향후 수십 년간 현재 수준의 3분의 1 이하로 줄여야 한다.

● 2100년까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430-480ppm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우리나라가 포함된 아시아 지역은 2010년 배출량 대비 30~50% 감축해야 하며, 1990년 이전에 가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OECD90)은 약 80~95% 감축이 필요하다.

●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ppm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적 부담은 2100년까지 매년 1.6~3% 정도의 경제성장률을 가정할 경우 매년 0.06%(0.04-0.14%) 감소 정도로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는 대기오염 저감과 에너지안보 강화 등 편익은 포함되지 않았다.

● 에너지 공급 부문은 경제적 타당성이 높아지는 재생에너지 이용의 획기적 증가, 석탄에서 가스발전으로의 전환 및 CCS(탄소포집저장기술), BECCS(바이오에너지+CCS) 등 감축수단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탄소포집저장기술(CCS)은 아직 대규모 상용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핵에너지는 1993년 이래 그 비중이 감소하고 있으며, 안전성, 핵무기 확산의 위험, 핵폐기물 관리의 안전성 문제, 재정 위험과 규제 위험 등에 대한 우려에 직면해 있다. 가스발전은 석탄 사용을 대체한다는 전제를 충족할 경우 ‘단기적인’대안으로 채택될 수 있다.

● 에너지 최종소비 부문은 수송의 경우 자동차 성능과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30~50% 감축이 가능하며, 건물은 에너지효율기준 향상, 냉난방 에너지사용 절감 및 생활방식 개선 등을 통해 CO2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산업은 에너지 집약도를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원료사용 절감과 재활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CO2 이외의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산림부문에서는 신규 조림과 재조림, 산림경영 및 산지전용 억제를 통한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

 

빅 애스크 장기 감축목표와 거의 일치해

이번 제5차 평가보고서에서는 2050년 장기목표 및 2030년 중기경로를 제시하고 5개 지역그룹별로 기준연도(2010년) 대비 목표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2020년 출범하게 될 새로운 기후체제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국가들이 함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지역그룹별로 감축 목표치가 제시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아시아 지역은 2010년 배출량 대비 30~50%, 1990년 이전에 가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OECD90)은 약 80~95% 감축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에 1996년 가입했으므로 OECD90에 포함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소득 및 온실가스 배출량이 아시아 지역 최고수준이고 OECD 회원국으로서 오랫동안 경제적 능력에 상응하는 감축 압력을 받아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향후 장기 감축목표 설정을 위한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는 OECD90 권고수준과 아시아 권고수준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빅 애스크 기후변화법 초안 제9조 1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 이상 낮아지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가배출량은 2005년 5억6950만 톤, 2010년 6억6780만 톤입니다. 따라서 IPCC 보고서가 제시한 기준연도 2010년을 적용할 경우 법안 내용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57% 이상 낮아지도록 한다”것과 같은 의미를 갖게 됩니다.

물론 2050년까지 2010년 배출량 대비 57%가량 감축하는 것이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70-80%까지 감축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나누어 가져야할 책임에 더 부합한다는 분석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감축목표 설정은 정부와 전문가들의 분석에만 맡겨두기보다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결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빅 애스크 네트워크 사무국)

 

Add Comment Register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