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소식

 

지난해 11월 3일 한 통의 서한이 세계의 주요 언론에 공개됐다. 서한에 서명한 사람들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 출신인 제임스 한센 박사, 카네기 연구소의 켄 칼데이라 박사, MIT대학의 케리 이매뉴얼 교수, 호주 아들레이드 대학 톰 위글리 교수 등 네 명이다. 이들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핵 에너지’(원자력 발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로부터 두 달쯤 지난 후 일본 학자들이 반론 성격의 서한을 발표했다. 작성자는 토호쿠 대학의 주센 아수카 교수, 관세이 가쿠인 대학의 박승준 교수, 전 UN 기후변화 대사 마쭈요시 니시무라, 교토대학 토루 모로토미 교수 등 일본에서는 기후변화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인물들이다. 얼마 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친분이 두터운 주센 아수카 교수가 이 서한을 보내왔다. 전문을 번역해 두 차례로 나누어 싣는다(빅애스크 네트워크 사무국).

“핵에너지는 기후변화 문제의 해답이 아니다”

칼데이라, 이매뉴얼, 한센 그리고 위글리 박사님께

우리는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기후변화 완화에 대해 연구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일본의 학자들로서 “원자력 발전에 반대하지만 환경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이들에게”(칼데이라, 2013)라는 여러분들의 서한에 답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 연구에서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성취한 훌륭한 업적에 대해 진심으로 헌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핵 재앙의 혹독함을 경험한 일본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서 원자력 발전의 역할을 강조하는 당신들의 견해에 의구심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기후변화의 심각성 때문에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자력 발전이 초래하는 위험을 다른 에너지원들에 의해 야기된 환경 문제들과 단순 비교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입니다. 원전에서 대규모 사고가 발생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여러분들이 연료 전환,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절약과 같은 다른 기후변화 대응수단의 역할과 원자력 발전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편지의 후반부에서 설명하겠지만 일본에서도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의 주장은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기후변화 문제가 핵산업계가 원자력발전을 홍보하기 위해 조작한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 일본의 학자들은 원자력의 위험과 기후변화 위험을 모두 제거할 수 있는 보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기후변화 대응수단으로서 원자력 발전을 옹호하는 당신들의 편지가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고 결국 기후변화 대응의 긴급성을 호소하고자 하는 당신들의 목적과 상반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사실에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의 현재 상황을 소개하면서 원자력발전의 위험과 비용 및 새로운 종류의 원자로에 대한 언급은 물론 원자력에 의존하지 않는 잠재적인 기후변화 대책에 대해서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런 정보들이 앞으로 여러분들이 기후변화 대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원전 사고의 가능성

다른 에너지원과 원자력 발전의 위험과 안전 요인들을 비교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점은 원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사고의 가능성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Nordhaus (1997)는 스웨덴의 비원자력발전 정책의 근거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면서 원자로 노심의 용융을 초래하는 심각한 사고의 발생 가능성은 1백만 원자로-년이나 1억만년 원자로-년에 한번이라고 추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희박한 사고확률이 결론으로 도출된 것은 단순히 개연적 위험 평가(PRA; Probabilistic Risk Assessment)의 시뮬레이션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며 그 수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해 ‘안전 목표(safety target)’로서 고려되었던 것입니다.

일본 원자력 정책의 오류는 행정부와 사법부 모두 그러한 수치들을 ‘안전성의 증거’로서 받아들였다는데 있습니다. 이벤트 트리(event-tree)와 같은 개연적 위험 평가의 결과는 단지 원전설비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상대적인 수치일 뿐입니다. 그것을 절대적인 ‘안전성의 증거’로서 사용하거나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는 뜻입니다.

Fukushima

만약 우리가 위험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보험회사에 이런 종류의 사고 확률에 근거를 두고 극도로 낮은 보험율을 산정할 것을 제안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떤 보험회사도 그런 보험 증권에 서명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1997년 일본 원자력 보험회사들이 보험료를 어떻게 책정하였는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그 당시 개별 원전 입지지역에 대한 손해배상 보험금액은 3백억엔(후쿠시마 사고의 실제 비용은 10조엔 정도로 추산)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지진이나 쓰나미, 화산 폭발 등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에는 보상금 지급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1997년 23개의 원전 입지지역에 대해 지급된 보험료는 약 23억엔이었는데, 이는 원전 지역별로 약 1억엔의 보험료가 지불된 것입니다.

순수한 보험료로서 이 액수를 살펴보면, 보험회사들이 자연재해에 의해 야기되는 사고는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사능 물질의 외부 누출 등 약 3백억엔 상당의 손해를 유발하는 사고의 가능성이 원전 입지별로 약 300년에 한번이라고 산정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만약 보험회사들이 앞서 말한 백만년이나 천만년에 한 번의 사고 가능성에 기초해 보험료를 책정했다면 보험료는 원전 입지 당 3천엔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후 일본 원자력위원회는 원전 사고의 비용과 위험을 재조사했습니다. 3건의 대규모 사고가 일본에서 1500 원자로-년동안 발생했다는 사실에 기초해 500 원자로-년에 사고가 한번 발생한다는 것이 원자력위원회가 내린 결론입니다. 이는 후쿠시마 사고 이전처럼 50개 정도의 원자로가 가동된다면 매 10년마다 한 건의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원전 사고 위험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관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적어도 개연적 위험 평가로부터 얻은 수치를 실제 원전사고의 확률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사망자수의 비교

원자력 발전과 대체 전원사이의 위험을 비교하는 논의에서는 흔히 사망자수, 특히 개발도상국의 석탄연소에 따른 대기오염 사망률이 이용됩니다. 이에 따라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원자력 발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핵에너지가 대기오염 저감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곤 합니다(Revkin, 2013).

일반적으로 대기오염 사망자수의 계산은 PM2.5 (미세 입자)와 같은 대기오염물질과 조기  사망간의 연관성에 대해 논의했던 Pope et al.(2002)과 이와 유사한 연구결과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Pope et al.(2002)가 사용한 것은 PM2.5의 증가와 관련된 심폐기능 손상과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수의 상대적인 증가를 보여주는 미국의 통계자료입니다. 사망률 증가 추정은 상대적인 사망자수 증가율과 특정 인구수를 곱해 계산되었습니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건강문제를 유발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기오염 물질로 인한 피해와 방사능 물질로 인한 피해를 단순하게 직접 비교 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두 사례는 증상이 나타난 후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후쿠시마의 경우 아직까지 원전 사고와 방사능 물질 노출로 직접적인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는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원전 사고와 방사능 물질에 대한 노출이 안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오염된 지역으로부터 일찌감치 대피했기 때문입니다.  요오드 131과 같은 물질에 대한 노출은 어느 정도 있었지만, 그것의 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지켜보아야 합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간접적인 사망입니다.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가 닥쳤을 때 일본 북동부 토호쿠의 대부분의 재난 지역에서 시민들과 일본 자위대, 미군 등이 즉시 인명 구조 및 구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해안은 상황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어느 누구도 심지어 자위대조차 방사능 물질에 대한 노출의 두려움으로 그 지역에 들어갈 수 없었고 희생자들은 오랜 기간 그곳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장기간의 대피과정에서 사망하거나 농지나 가축의 방사능 오염에 희망을 잃고 자살하는 등 간접적인 사망자수의 증가를 불러왔습니다.

이 같은 사례들은 원전 사고와 관련된 사망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후쿠시마 현립사무소 (후쿠시마 민포, 2013년 9월 6일)에 따르면 사망자수는 2013년 9월 1,459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원전 사고가 없었다면 그들은 사망하지 않았을 것 입니다. 2013년 11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대피자 수는 약 159,000명입니다(일본 재건청 2013). 게다가 후쿠시마 현 뿐만 아니라 북동부의 다른 지역들과 칸토지역에서도 높은 수준의 방사능 물질들이 탐지된 곳이 많습니다. 이들 지역의 많은 주민들 역시 장기간 대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원전 사고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 직업, 생계수단과 집을 잃게된 것입니다.

많은 여성들이 출산을 위해 고향을 떠났으며, 일부는 태아의 방사능 오염이 두려워 출산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많은 지역에서 인구와 출산율이 감소했습니다. 예컨대 2010년 34만 명이 살던 후쿠시마 고리야마 시의 경우 2013년 1월  출산율은 2년 전인 2011년 1월 대비 34%나 감소했습니다(고리야마 시, 2013).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대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고 규모에 따라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 파괴되고 심지어 태어났을 수도 있는 많은 생명들을 잃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에 포함되며 그 위험은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모든 요인들을 고려할 때 핵에너지의 위험을 대기오염 등의 위험과 단순 비교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3. 원자력 발전의 비용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원자력 발전의 비용이 대체에너지원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그 가정에는 많은 의문이 존재합니다.

원자력 발전의 비용에 대한 논의에서 일본정부가 발표한 수치(2004년 일본 정부는 5.9엔/kWh으로 발표)는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도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 수치는 이상적인 모델의 발전소를 대상으로 비용을 계산한 것이었으며, 연구개발비나 보조금 등과 같은 정책 비용은 포함하지 않았습니다(Oshima, 2011). 사실 그 비용들은 세금 형태로 일본 국민들이 부담해왔습니다.

게다가 부품 제작업체들은 미국에서 그러하듯이 일본에서도 면책권을 갖는데 이는 원전 사고의 어떤 책임도 원자력 발전사(전력 생산 회사)들에게 귀결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작업체가 결점이 있는 부품을 납품했고 이것이 원전 사고를 유발했다 하더라도 사고 책임을 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부품 제작업체가 그들의 제품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면, 그들은 작업이나 제품 납품을 꺼리거나 제품 비용을 인상할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정책비용과 사고비용(사고수습비용, 보상 및 지역의 재건) 과 같은 사회적 비용을 포함시켜 발전비용을 다시 계산했는데, 원자력은 8.9엔/kWh 또는 그 이상(사고비용은 증가추세에 있음), 석탄화력발전은 9.5엔/kWh, LNG 발전은 10.7엔/kWh, 육상풍력은 9.9-17.3엔/kWh, 그리고 주택 태양광은 33.4-38.3엔/kWh으로 조사되었습니다(에너지와 환경위원회, 2011). 하지만 원자력 발전 비용에는 핵폐기물저장의 마지막 단계 비용, 폐기된 원자로의 해체비용 및 배상보험을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런 비용들이 포함된다면 몇몇 연구에서 지적한 것처럼 그 비용은 100엔/kWh을 초과할 것입니다(Mikami, 2013).

게다가 풍력과 태양광 발전비용은 아직 일본에서는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재생에너지에 전력의 생산비용은 세계적으로 빠르게 내려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가장 최근의 보고서에 따르면 육상풍력은 OECD국가에서 5-16센트/kWh, 비OECD국가들에서는 4-16센트/kWh, 주택 태양광의 경우 OECD국가에서는 20-46센트/kWh, 비OECD국가에서는 28-55센트/kWh이며 유럽에서는 16-38센트/kWh입니다. 대용량 태양광 발전의 경우 OECD국가에서는 12-38센트/kWh, 비OECD국가에서는 9-40센트/kWh, 유럽에서는 14-34센트/kWh로 조사되었습니다(REN21, 2013).

다시 말해서 원자력 발전 비용이 다른 전원보다 낮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외부비용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실제 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전을 운영하는 것은 보험 없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으며 원자력의 경제성은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습니다(번역 허광진).

서한의 후반부를 소개하는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4. 일본이 피할 수 있었던 최악의 시나리오

5. 석탄화력발전소와 한 묶음으로 건설되는 원전

6. 신형 원자로들의 역할

7. 원전 없이 2℃ 목표 달성 가능성

8. 결론:  ‘러시안 룰렛’에 의존하지 않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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